민재호(1979년생)는 산업 폐자재를 재조립해 기념비적 규모의 조각을 만드는 작가다. 경기도 안산의 공단 지역에서 성장했으며, 조소를 전공한 뒤 조선소와 철공소에서 용접 기술을 익혔다. 현재 파주의 작업실을 거점으로 활동한다.
작가는 철거 현장과 폐공장에서 수집한 철판, 배관, 기계 부품을 해체하지 않은 채 그대로 이어 붙인다. 녹, 긁힘, 덧칠된 페인트처럼 쓸모를 잃은 금속 표면에 남은 시간의 흔적을 지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의 조각은 산업화의 속도가 남긴 잔해를 기념비라는 형식으로 다시 세우며, 노동과 기억, 도시 개발의 이면을 묻는다.
〈잔해의 기념비〉 연작은 MISOOL GALLERY 그룹전 《물질의 문제》, 개인전 《느린 빛》과 《물의 문법》, 서울 한강공원 공공미술 프로젝트, 인천의 한 아트센터 기획전 《무게의 기억》 등에서 소개되었다. 최근에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이용해 반사와 투영을 끌어들이는 실내 조각으로 작업의 폭을 넓히고 있다.
《물질의 문제》는 민재호, 오다솜, 백승환, 아마라 오카포 네 작가가 각자의 재료를 통해 시간과 노동의 흔적을 드러낸 그룹전이었다. 전시는 작품이 무엇을 재현하는지보다, 재료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견디며 변해 왔는지를 먼저 묻는 데서 출발했다.
민재호는 쓸모를 다한 산업 금속을 재조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