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문제》는 민재호, 오다솜, 백승환, 아마라 오카포 네 작가가 각자의 재료를 통해 시간과 노동의 흔적을 드러낸 그룹전이었다. 전시는 작품이 무엇을 재현하는지보다, 재료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견디며 변해 왔는지를 먼저 묻는 데서 출발했다.
민재호는 쓸모를 다한 산업 금속을 재조립해 녹과 용접 자국이 그대로 드러나는 조각을 선보였고, 오다솜은 한지를 수십 겹 배접하고 옻칠을 올려 건축적 스케일의 설치로 확장했다. 백승환은 도자와 유리를 결합한 오브제로 차를 따르고 음식을 나누는 일상의 의례를 조형했으며, 아마라 오카포는 손바느질과 자수로 디아스포라 가족의 기억을 천 위에 기록했다.
전시장은 네 작가의 작업을 구역으로 나누지 않고 서로 마주 보도록 배치했다. 단단한 금속 옆에 가벼운 종이가, 투명한 유리 곁에 부드러운 직물이 놓이면서 관객은 재료 사이의 무게와 온도, 질감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다.
이 전시는 손으로 만드는 일의 느린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반복과 수선, 축적의 과정이 남긴 표면 앞에서 관객은 작품이 완성된 결과이자 동시에 오랜 노동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